저는 다양한 제조업체에서 해외영업 직무로 10년가량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 안에 네덜란드에서 주재원으로 3년 동안 근무하기도 했고요. 해외영업 직무에 궁금증을 가진 분들을 위해 경험을 바탕으로 직무에 관한 글을 공유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개인사업자로서 B2B 무역을 하고 있는데 이 카테고리 안에서 해외영업, 무역 그리고 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참고로 제가 작성하는 글들은 제조업체 기반이라는 점을 알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글로 해외영업 부서에선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해외 영업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바이어들과 현지에서 미팅을 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었습니다.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실제로 해외 출장을 나가서 미팅을 갖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해외영업 업무의 전부는 아니죠.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가지씩 살펴보시죠.
영업활동
영업활동이란 표현은 정말 광의의 개념입니다. 영업활동을 세분화하면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제품이 나오거나, 신규 시장의 진입을 위해 시장분석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기도 합니다.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마켓 셰어를 늘리기도 하고, 제품 전시회 참가를 위해 전반적인 기획을 하기도 합니다. 영업활동 안에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업무들이 존재하기에 추후 다른 글에서 세분화해보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기존 바이어 관리에 관한 영업활동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신규 바이어 발굴만큼이나 중요한 업무가 기존 바이어 관리입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몇 배 더 쏟아부어야 합니다. 비용만 따져본다면 기존 바이어를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죠. 신규 바이어 유치에만 신경을 쓰고 기존 바이어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그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습니다. 관리 소홀로 인해 힘들게 거래를 튼 바이어를 놓치게 된다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존 바이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메일 코레스 업무가 필수적입니다. 바이어들과 화상이나 유선으로 업무 협의를 하기도 하지만, 주로 이메일로 주고받는 것이 보편화되어있습니다. 서면으로 남겨 놓아야 추후에 찾아보기도 쉬우며, 증빙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바이어들은 이메일을 통해 제품의 주문, 새로운 제품 개발에 대한 문의나 클레임 제기를 하기도 합니다. 바이어들과 코레스 업무를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은 무조건적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거기에 더불어 다른 언어를 하나 더 할 수 있다면 훨씬 플러스가 되겠죠.
바이어와 코레스는 해외영업 직무의 기본이자 가장 스트레스받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이메일뿐만 아니라 와치앱, 라인, 위챗, 바이브, 스카이프, 줌과 같은 매체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오기 때문이죠. 각 나라에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옵니다. 본인이 맡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고충은 해외영업 직원이라면 누구나 겪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타 부서와 업무 협의
회사 내 모든 부서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만 해외영업 부서야말로 거의 모든 곳과 협업을 이루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부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이어에게 제품 생산 대한 문의가 오면 생산관리팀과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제품 출고와 선적을 위해 출고관리팀과도 업무 협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추가로 바이어가 요청한 자재가 있다면 구매관리팀과도 협의를 해야 하고, 제품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오면 품질관리팀과 협의하여 클레임의 범위와 보상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신규 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에 대한 변경 등을 위해 연구소와 그리고 수금을 위해 회계팀과도 협의해야 합니다.
해외영업 직무를 하다 보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 부서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많이 부딪쳐야 하기 때문에 불화가 잦을 수도 있지만, 그 불화를 잠재우며 일을 해결해 나가는 것 또한 해외영업 직무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무역 서류 작업
회사마다 차이가 있어서 부서 내 서류만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직원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영업부 직원이라면 무역 서류 작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계약서 나 견적송장 (PI - Proforma Invoice) 작성, 제품 출고를 진행하며 송장 (CI - Commercial Invoice) 및 제품 포장 리스트 (PL-Packing List) 작성, 수출면장 신고, 원산지증명서 (CO - Certificate of origin) 발급, 바이어한테 선사나 포워딩에서 발급받은 선하증권 (BL - Bill of Loading) 전달 등등 수많은 서류 업무가 존재합니다.
서류 작성 방법이라던가 용어에 대한 어려움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무를 직접 하다 보면 금방 익히게 됩니다. 미리 공부하면 좋겠지만, 공부를 하더라도 실제 업무와 차이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역과를 졸업한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무역과를 졸업했더라도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차이가 크다고들 말하죠. 저 또한 기계과 졸업 후 해외영업에 뛰어든 케이스라 무역의 '무'자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해외 출장 & 미팅
해외영업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해외출장과 미팅 업무입니다. 많은 신입 사원들이 해외출장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해외영업 직으로 발을 들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경우였습니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영어를 업무에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해외영업에 발을 들여놨지요. 잦은 장거리 비행이 힘들 때도 있지만, 저는 공항 가는 것이 여전히 즐겁고 설렙니다.
다음날 있을 미팅의 준비나 걱정으로 호텔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지만, 의도한 대로 바이어를 설득하여 거래를 성사시켰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성사된 거래로 인해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제 개인적으론 해외영업이야 말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수도 많고, 새로운 일들이 많이 펼쳐지기 때문이죠. 늘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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