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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누수 소송 리뷰

제라드 2021. 12. 2. 10:52

총 8개월간의 짧지 않은 누수 소송 관련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해요. 혹시 소송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나 빌라, 상가 누수는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일이에요. 특히 생활하는 공간에서 날벼락 같이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정말 당황스럽죠. 보통의 경우에는 윗집과 잘 협의가 이루어져서 처리가 되지만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고, 막무가내로 자기 집 아니라는 곳도 있죠. 저도 말로만 들었지 이런 일을 겪게 될지는 몰랐어요. 세상에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구나 라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저희집은 아파트 2층에 거주 중이고, 누수가 처음 발생한 것은 2019년 말부터에요. 그 이후에 2020년, 2021년에 지속적으로 한 번씩 발생했어요. 누수가 계속되는 건 아니고, 한 번 시작되면 적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씩 갔어요. 윗집에서 베란다 물청소를 할 때마다 물이 샜기 때문에 저희는 외벽으로 물이 타고 들어오는 문제가 아니라 윗집 누수 문제라고 추측했어요.

19년, 20년 발생했을 때는 윗집에서 저희집도 방문해서 누수 사실도 확인하고 흔쾌히 누수 탐지해서 수리하겠다고도 했었는데 갑자기 21년부터 태도를 바꾸더니 자기네 집 아니라고 막무가내로 우기기 시작하더라고요. 누수 피해 일자를 정리해보자면 이래요.

 


1차 누수 발생 시기 – 2019년 12월 27일경

발코니와 이어진 안방 침실 내벽에서 누수가 시작. (에어컨 쪽) 당시 누수는 1주일 가량 이어졌는데 벽면에서 물이 지속적으로 흘러 바닥에 고이기까지 함. 당시 관리사무소에 문의하였고, 위층에도 통보.

2차 누수 발생 시기 – 2020년 8월 14일경

1차 누구 발생 이후 3층에 누수 발생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당연히 수리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 상태였음. 윗층에서도 처음에는 협조적으로 누수 탐지 후 수리할 것이라고 했음. 그러나 20년 8월 14일경 다시 누수 피해가 발생했고, 1차 시기와 거의 동일 부위인 에어컨 벽면에서 한 달가량 물이 줄줄 흐름. 기간이 길어지니 관리소와 윗집에 수차례 걸쳐 누수 탐지 후 원인 파악 후 조치해 줄 것을 호소했음. 2차 피해 당시에도 흔쾌히 누수탐지 후 수리할 것이라고 이야기함.

3. 3차 누수 발생 시기 – 2021년 2월 28일경

윗집에 1차, 2차 통보로 인해 당연히 수리됐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또 한 번 누수 피해가 생김. 이번에는 에어컨 벽뿐만 아니라 장롱 쪽 벽, 화장실 앞 전등 쪽 천장 등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3일가량 흘렀고 합선 위험 때문에 전등도 분리하였음. 물을 흡수한 나무 바닥은 우글우글 일어남. 3차 시기부터는 306호에서 본격적으로 발뺌을 하며,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고 함. 일단 탐지 비용을 우리 측에서 제공하여 부위라도 찾아보자고 제의했으나 점점 비협조 접으로 나오고 막무가내의 태도로 일관함.

 


일단 누수탐지를 진행하고, 누수 원인이 윗집이 아닐 경우 누수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해도 이때부터는 문도 안 열어주더라고요. 관리소에서 찾아가도 마찬가지고. 정말 답답한 상황이 시작됐어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단 내용증명을 작성해서 보냈어요. 위 대화 내용은 제가 윗집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나서 이루어진 거예요. 뚱딴지같은 소리만 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정말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으로 다 알아보고 난 후에 내용증명을 보냈던 거였어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별 거 아닌 소송 같지만, 소송 경험이 없는 일반인으로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잠도 안 오고 분하기도 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란 생각도 들고요. 누수 소송 자체가 피해자들한테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적어서 변호사들도 웬만하면 윗집과 협의해서 풀어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소송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소송이라는 거 자체가 가해자보단 피해자한테 더 큰 스트레스를 주는 거 같아요ㅜ

경험자로서 말씀드리면 진짜 웬만하면 말로 풀어보세요. 저희처럼 답이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요.

요즘은 일상 배상책임 보험 같은 것이 다 들어져 있어서 누수 관련 탐지, 수리 비용도 다 보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쉽게 대화로 풀면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완만하게 해결될 텐데 저런 태도로 일관하면 방법이 없죠 뭐.

저희는 변호사 선임 후 21년 4월 9일에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소장을 송달받은 윗집은 저희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막 화를 내더라고요. 별 것도 아닌 일로 소송을 건다면서. 별 것도 아닌 일? 겪어보지 않아도 집에 물이 새면 얼마나 스트레스받을지 모르나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녹취록도 다 있는데 아마 들으시면 혈압만 올라갈 거 같아서 공유는 안 할게요.

소장 접수 후 변론기일이 잡혔지만, 상대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래서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으로 감정도 진행하게 됐고, 드디어 어제 감정서가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원인은 역시 윗집이었고요. 아직 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윗집이 원인이라는 감정 결과를 받은 것만으로도 저는 기분이 좋네요.

 


윗집은 몇 십만 원이면 끝낼 일을 가지고 소송비용, 감정비용, 수리비용까지 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물게 생겼어요. 바보 같죠. 저희가 소송으로 들인 비용은 총 8,750,000원 정도예요.

* 변호사 수임료 - 3,300,000원 (저희는 최소 수임료 변호사를 선임했고, 보통 330~500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 송달료 인지대 - 500,000원 (정확하진 않아요. 이 정도였던 거 같아요)
* 감정비용 - 4,950,000원 (감정비용도 감정사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400~500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층은 패소하게 되면 저희 집에 수리비로 1,070,000원도 지불해야 해요. 사실 저희가 받았던 정신적 피해 보상으론 택도 없는 금액이죠. 누수피해를 받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정말 소송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피해보상금 보단 수리를 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실 것 같아요. 그냥 물이 계속 새는 상태로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중간중간 일도 많았고, 쓸 내용도 많지만 하나하나 쓰다 보면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최대한 줄여서 작성했어요. 혹시 자세하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공유해드릴게요.

소송이 끝나고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때 또 한 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