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기

네 번 만에 성공한 계룡산 등반기

제라드 2021. 11. 24. 10:00

나는 사실 등산이라면 극혐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어떤 유명인이 그랬던가. 산은 오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바라보기 위해 존재한다고.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선 정말 현자가 아닐 수 없다. 내 인생에 등산이랍시고 제대로 산을 탔던 건 손에 꼽는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산은 속리산 밖에 없다. (어렸을 때 세 번은 가야 천당을 가야 한다고 부모님이 늘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다음이 계룡산이다. 

 

2011년 첫 직장에 입사해 직원들과 함께한 등반을 시작으로 2015년, 2018년 총 세 번에 도전했었다. 첫 번째 도전은 입구에서 막걸리 먹고 기절. 두 번째는 호기롭게 올라가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중간에 하산. 2018년은 그 전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발을 접질리는 바람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1년 11월 드디어 정상에 도전한다. 

 

 

계룡산국립공원 주차장을 찍고 도착하면 이렇게 유료 주차장이 나온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말에 가면 차가 정말 너무너무 많다.

오후에 가면 주차장으로 올라오는 차, 그리고 일찍 등산을 마치고 내려가는 차 때문에 꽉꽉 막힌다.

 

 

주차장에서 나와 쭉 걸어 올라오면 음식점들이 펼쳐져 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유혹...

올라가는 길을 찍지 못해서 패스.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가격은 성인 3천 원... 

돈까지 지불해가면서 등산을 해야하나 싶...

 

 

표를 사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렇게 입구가 나온다. 

여기부터가 정말 예쁘다.

나도 이렇게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든 산을 본 건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필터 조금 써본 단풍.

내 머리는 덤.

지금 봐도 색이 정말 선명하고 예쁘다.

 

 

이것도 초입.

앞에 계신 분한테 사진 보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잘 나왔다.

 

 

계룡산에는 동학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다.

어디선가 우리나라 3대 절 중에 하나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아님 말고.

뒷짐 지고, 동학사로 들어가는 스님 뒷모습을 찍어봤는데 꼭 인간극장 마지막 장면 같다.

뜨뜨뜨뜬 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 듯.

 

 

힘들어서 입구 사진만 잔뜩 찍었나 보다. 

여기도 아직 입구. 등산 시작도 안 한 듯.

하... 지금 다시 봐도 힘들다.

 

 

이제 등반 시작. 목표는 관음봉까지다.

관음봉이 정상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허리가 아프고 나서 처음 등반을 해보는 거라

허리가 다시 아플까 봐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걷다 보니 오를 만했다.

11월 초였지만, 제법 날씨가 쌀쌀해서 등산복 껴입고 갔는데

더워서 죽을 뻔했다. 

 

 

계룡산이 힘든 이유는 계단이 진~~~ 짜 많다. 

잊고 있었는데 보니까 내가 실패했던 이유들을 다시 곱씹을 수 있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는 계단들. 

스쿼트를 안 쉬고 만개하는 느낌.

채찍으로 허벅지를 촥촥 때리는 느낌.

학창 시절 뒤로 나가서 오토바이 자세로 벌 받던 그 느낌.

 

 

걷고,

 

 

걷고,

 

 

또 걷고...

 

 

숨 한 번 고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아직 중간이라는 거.

저기 작게 동학사가 보인다. 더 충격적인 건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던 것이었다.

힘들어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중간부터는 관음봉까지는 지금 올라온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고, 높은 계단이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내려오시는 분들한테

얼마나 남았어요? 얼마나 남았어요? 계속 물어봤다. 다들 이제 다 왔어요라고 대답했지만,

절대 믿지 마시길. 뻥입니다. 절대 다 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단풍은 예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고, 다양한 색을 뽐낸다. 

힘들지만 참고 오르다 보면,

 

 

목표했던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ㅠㅠ 감격

저 돌 찍겠다고 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사진은 못 찍었다.

위 사진은 구글에 돌아다니는 사진 퍼온 거...

 

 

정상에 올라서 감격스러웠다. 올해 안 좋은 일이 많았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무언가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못 오르면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를 악물고 올랐다.

고난 끝에 멋진 경관을 바라보니 이래서 산에 오나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시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은 확실히 올라가는 것보단 수월했다.

 

 

하산하면서 거의 탈진한 모습.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내려와서 다리가 덜덜덜덜 떨렸다.

다음날에는 온몸이 맞은 것처럼 근육통이 있었다. 평소에 운동 좀 해야겠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네 번만에 계룡산 등반 성공!

바로는 아니고 아마 3년쯤 뒤에 한 번 또 오지 않을까 싶다 ㅋㅋ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