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병원에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바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마음 같아선 바로 한국으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상황상 쉽지가 않았다.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지냈기 때문에 짐을 정리해서 한국으로 보내야 했고, 회사에서 받았던 스폰 비자도 캔슬하고 가야 했다. (인터넷으로 쉽게 취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굳이 관공서를 찾아가서 취소해야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심해지면서 비행기 노선도 많이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비행기표를 구해서 한 달 뒤인 2021년 1월 17일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했다.
기다리는 한 달, 매일이 지옥 같았다. 머나먼 타국에서 온종일 나를 케어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씻는 일, 요리를 하는 일, 장을 보러가는 일 하나하나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파라세타몰과 이부프로펜 진통제를 달고 살았지만 잠시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1편에서 이야기 했지만, 보상성 측만이 심해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허리에 직접적으로 오는 통증보단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엄청났고, 기립근이 딱딱하게 뭉치는 느낌이었다. 노파처럼 완전 허리가 굽어서 펴지질 않았다. 허리를 펴보려고 뒤로 젖히는 순간 온몸에 벼락을 맞을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와 주저앉았다. 기존에 내가 겪었던,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허리디스크와는 차원이 다른 통증과 불편함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련했던 것이, 허리디스크에는 걷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통증이 있어도 이를 악물고 걸었다. 하등 도움이 안되는 짓이다. 통증이 심할 땐 제발 걷지 말고 쉬어라. 무리해서 걷는다면 보상성측만이 더 심해질 뿐만 아니라, 허리 근육이 점점 더 경직돼서 허리 통증을 유발할 뿐이다. 허리디스크 치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적절한 휴식이다!
허리가 이정도로 굽었으니 천장을 바라보고 똑바로 눕는 것은 되지도 않았다. 잠을 잘 때도 새우잠 정도 수준이 아니라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처럼 웅크리고 자야지만 간신히 잠깐이라도 잠들 수 있었다. 연속적으로 한 시간 이상 잘 수가 없었다. 조금만 자세를 틀어도 전기고문하듯 허리에 통증이 왔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 한 달을 어떻게 버텼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짐을 싸서 한국으로 보내고, 큰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텅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편치 않은 몸을 가지고 10시간을 비행기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앉아도, 누워도, 일어서도 불편했고, 통증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더 큰 고비는 시설에서 하루 격리 후, 집에서 2주 격리를 더 해야만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아직도 시설에서 격리하던 그날 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날 유난히 통증이 심해서 공무원들한테 어떻게 좀 해달라고 떼를 썼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음압실이 있는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런 병원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가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날 밤은 정말 한 숨도 못 잤다. 방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제발 한 번만 살려달라고 믿지도 않는 오만 신을 찾았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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