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 일기

허리디스크 일기 [4] - 병원 방문

제라드 2021. 11. 27. 10:15

 시설에서 보낸 하룻밤은 그 어느 날보다 길게 느껴졌다. 사경을 헤맸지만 시간은 갔다. PCR 음성 판정을 받고 아침에서야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가 남아 있었지만, 이제 한국에 왔다는 안도감, 곧 치료를 받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감에 벅찼다. 하지만, 여전히 통증이 몸을 지배했다.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한국 약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산 파라세타몰과 이부푸로펜은 한 번에 몇 알씩 먹어도 통증이 가시질 않았는데 리리카캡슐 (75mg)이라는 신경통증 감소 약이 정말 잘 들었다. 어머니께서 대리 처방받아서 배달해준 약 때문에 2주를 버틸 수 있었다.

 

*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리리카캡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알아서 처방하겠지만, 50mg짜리가 잘 안 듣는다면 의사와 상담하여 75mg으로 늘려서 먹어보는 것도 방법인 듯하다.

 

 

 지속적으로 허리통증으로 고통받았지만 이전까지는 허리디스크에 대해 제대로 알아본 적이 없어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할지 답답했다. 일단은 집에서 가까운 척추전문병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척추전문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뢰 같은 게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많은 척추전문 병원들이 무분별한 비급여 치료 및 시술과 수술을 자행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라 그렇지 않은 병원들도 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로 의사와 대면했다. 뭐라 입도 떼기 전에 일단은 X-ray를 찍고 오라고 했다. 금방가서 찍고 오니 보자마자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MRI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 방문 전에 무조건 MRI 찍으라는 병원은 거르라고 한 글을 봤었지만 내 상태가 심각한 걸 내가 인지하고 있었고, MRI를 한 번 찍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군말하지 않고 바로 MRI를 촬영했다.

 

 

 MRI를 촬영하는 것 자체가 곤욕이였다. MRI 침대에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야 하는데 통증이 심해서 잠시도 똑바로 누울 수 없었다. 버텨보겠다고 들어갔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다시 나왔다. 진통제를 추가로 맞고 누워봤지만 통증은 여전히 심해서 못 버티고 다시나 왔다. 더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서야 간신히 참고 찍을 수 있었다.

 

 

척추 MRI 측면도

 

 MRI 찍고 보니 4-5번 디스크가 심하게 탈출되어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건강한 디스크는 하얗고, 통통하게 보인다. 

위 사진에 빨간 동그라미처럼 디스크가 튀어나온 것도 문제이지만 검게 보인다는 것은 디스크가 퇴행 됐다는 것이다. 표시하지 않았지만 위 1-2번 척추 사이 디스크도 퇴행이 심하고 많이 좁아져 있다. 하지만, 통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4-5번 디스크였다.

 

척추 MRI 4-5번 단면도

 4-5번 척추 단면도인데 세모 모양의 하얀 부분이 신경이다. 디스크가 탈출해서 신경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저 하얀색 부분에 척추관이 있는데 퇴행이 많이 진행되고, 척추관 협착이 심한 어르신들은 저 하얀색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MRI를 잘 볼줄 몰랐던 내가 봐도 심각해 보였다. 의사는 디스크 탈출이 심하니 당장 시술해야 한다고 했다.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마비가 올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오늘이나 내일 입원하여 진행하자고 했다. 본인이 개발한 시술법이라며 내시경으로 디스크 탈출 부위만 제거하면 되는 '간단한 시술'처럼 이야기했다. 시술 후 2~3일만 지나면 바로 일상 생활할 수 있다고. (이 말은 단언컨대 뻥이다. 많은 척추전문병원에서 굉장히 간단한 시술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금방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 통증이 상당하며, 시술을 하고나도 디스크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통증이 그대 로거나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더 악하되어 더 넓게 째는 미세현미경 후궁 절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시술 관련해서 따로 한 번 글을 쓸텐데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시술들은 정말 수많은 종류가 있다.

경피적 경막외 신경성형술, 고주파 열 치료술, 고주파 수핵 성형술, 경피적 내시경 요추 절제술,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신경 감압술, 경피적 내시고 고주파 감압술, 경피적 내시경 수핵 성형술, 경 추간공 내시경 레이저 성형술, 양방향 내시경적 척추 수술, 경막외 풍선 유착부위 박리 시술 등등 

 

 다짜고짜 시술을 권하니 믿음이 가지 않았다. 시술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병원을 한 곳만 방문해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 허리가 안좋은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허리 한 번 잘못 건드려 놓으면 평생 고생한다'는 말. 무의식 속에 늘 각인되어 있던 말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모아 놓은 병원 영수증

  추천을 받아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의사는 지금 시술이나 수술해봐야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추후에 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아직 마비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신경차단술 및 침상 치료 먼저 해보자고 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됐는데 대부분의 디스크는 4~6주간의 급성기를 지나면 통증이 줄고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한다.

 

 병원에는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고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추천하는 의사도 많지만, 환자를 오롯이 돈벌이로만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디스크 관련 시장에는 부분별 한 그리고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 시술, 수술이 넘쳐난다.  내가 알아보지 않는다면 돈도 잃고 내 건강도 잃을 수 있다. 그러니 당장 아프다고 한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바로 결정하지 말고, 여러 병원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 나는 무조건 시술이나 수술은 안된다 라는 입장은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 소변 장애 및 다리 힘 빠짐 같은 마비 증상이 있으면 의사와 협의해서 바로 수술해야 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