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 일기

허리디스크는 마음도 병들게 한다

제라드 2021. 12. 4. 08:00

  저희 어머니는 당뇨가 있으세요.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불면증도 같이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죠. 머나먼 타지로 떠났던 자식이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의 불면증은 더욱 심해졌어요. 오지 않는 잠을 찾는 대신 기도를 했대요. 종교도 없으면서..... 아프지 않게 해 달라. 빨리 좀 낫게 해 달라. 매일매일요.

 

 어느 날은 통증이 좀 가신 것 같아서 어머니께 말씀드렸어요. 간절히 기도한 게 통한 것 같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셨어요. 하지만, 다음날 거짓말처럼 통증이 다시 심해졌죠. 어머니는 죄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어제는 잠이 너무 안 와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셨는데, 술에 취해서 잠이 들다 보니 기도를 못했어. 엄마가 기도를 안 해서 그런가 봐"

 

 술도 한 잔 못하는 양반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술을 마셨을까, 내가 아픈 걸 왜 자꾸 본인 탓을 할까, 나는 부모님이 아프다고 했을 때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적은 있나.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디스크뿐만이 아니라 몸이 아프면 단단했던 마음의 두께가 얇아지는 것 같아요.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통증 없이 잠들 수 있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몸이 아픈 환자들에겐 간절하죠. 몇 주, 한 달, 일 년... 아픈 날이 쌓여갈수록 마음도 같이 병들어요. 아프지 않아 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3개월이 넘는 시간을 침상에서만 보내던 어느 날.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나는 나을 수 있는 건가? 혹시 평생 이런 허리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밤이었죠. 도저히 마음이 진정이 안돼서 제가 자주 가는 척추 카페에 글을 남겼어요.

 



 글을 쓴 후에 많은 위로의 댓글들이 달렸어요. 아무래도 허리 통증을 가지고 있거나 가졌던 사람들이 많은 카페라서 더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겠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진심으로 큰 위로를 받은 밤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혼자가 아니에요. 가족, 친구 혹은 얼굴을 모르는 많은 이들도 당신이 아프지 않길 바라요. 빨리 나았으면 하고 바라죠. 그러니까 너무 외로워하지 말아요. 힘들 땐 참지 말고 같이 나눠요. 곧 나을 수 있어요. 조금만 더 힘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