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에도 이야기했지만, 허리디스크를 한의학으로 고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통증이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수술 말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추천받은 한의원으로 갔다. 그때가 3월 말이었고, 마음속으로 5월 초까지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미세현미경 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허리디스크 수술로 유명한 대학병원도 예약을 잡아 놓은 상태였다.
이 한의원은 장침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젊은 청년을 본 원장은 제법 놀라는 눈치였다. MRI 영상을 보더니 다른 곳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한 달 정도 입원 치료를 받으면 통증도 제법 가시고, 허리도 펴질 거라 말했지만 믿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 증상이 다르고, 호전 속도도 다른데 어떻게 저렇게 단정 지어서 말들 하는지... 라며 속으로 욕했다. 어쨌든 멀리까지 왔으니 치료를 받아 보기로 했다.
여타 한의원과 마찬가지로 일단 찜질을 하고, 저주파 물리치료를 진행했다. 이때는 다리를 펴고 똑바로 눕는 것, 엎드리는 것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옆으로 누워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40분 정도 찜질과 물리치료 후 추나 베드로 옮겼다.
통증이 심하고, 염증이 있을 땐 추나치료를 하는 게 더 안 좋지 않냐고 한의사한테 물었다. 한의사도 적극 동의하며 꺾고 비트는 추나가 아니라 척추 배열 교정을 할 것이라 했다. 엎드린 자세로 누워 있으니 다리 쪽 베드가 위, 아래로 계속 움직였다. 한의사는 다리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정말 척추 배열을 맞추듯 허리를 눌렀다. 정말 살살 누른 것 같았지만, 내 상태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이었다. 20초 참고 옆으로 돌아 눕고, 20초 참고 옆으로 돌아 눕고를 10분에서 15분 정도 한 것 같다. 확실히 이전에 받았던 추나와는 달랐다.
추나치료를 받고 치료실로 옮겨서 침을 맞았다. 이 고통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도 한의원에 제법 다녀보고 장침도 맞아봤지만, 이 침은 차원이 달랐다. 신경에 놓는 장침이라는데 맞을 때마다 다리에 끝까지 전기가 팍 온다. 매번 맞을 때마다 나는 독립운동은 못했겠구나 생각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밀정이 됐을만한 고통이라면 이해가 가겠는가? 장침으로 신경에 침을 꽂고, 전기로 자극을 하는 듯했다. 전기가 통할 때마다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다리가 팍팍 튄다. 저 영상은 제법 시간이 지난 후 고통을 참으면서 찍은 것인데, 처음엔 아찔할 정도로 아팠어서 병원을 떠나가게 고성을 질렀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의문을 가졌다. 이게 정말 디스크에 도움이 되는 치료일까...... 하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었기에 입원 후 한 달만 치료를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저렇게 치료를 받아도 2만 원 정도 가격이었으며, 무엇보다 한의사의 태도가 믿을 만했다. 이미 데드라인을 5월로 정해뒀고, 그때까지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수술 전 정말 마지막 치료라고 생각했다.
입원 후 치료 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 총 치료 기간 4주 (21년 3월 23일 ~ 21년 4월 16일)
* 치료 비용 1,418,710원 (입원비, 한약, 식대, 치료비 포함)
* 월~토 치료
오전 - 찜질 (20분), 물리치료 (20분), 추나 (10~15분), 장침 (10분)
오후 - 찜질 (20분), 물리치료 (20분), 장침 (10분)
* 일 치료
오전 - 찜질 (20분), 물리치료 (20분), 장침 (10분)
초기에는 치료받으면서도 통증이 심해 진통제랑 한약을 같이 먹었다. (한의사와 협의 후) 초기 일주일 정도는 신경통증완화제인 리리카 없이는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약을 점점 줄이면서 퇴원쯤에는 약을 아예 끊어버렸다.
치료 시작 후 2주 정도 시간이 지나니 굽었던 허리가 많이 펴지긴 했지만 여전히 통증은 심했고, 서서 샤워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일상 중의 한 부분이었다. 다음 화부터는 어떻게 통증이 호전되기 시작했는지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다음 화에 계속-
이 글은 특정 병원이나 한방치료를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는 오롯이 저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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