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후 2주 정도 지났을 때부터 허리는 제법 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증이 가시진 않았다. 여전히 걷는 것이 불편했고, 똑바로 눕기 힘들었고, 서서 샤워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과 중 한 가지였다. 앞으로 굽은 측만이 완전히 펴진 상태가 아니라 조금만 걸어도 허리에 힘이 들어가 기립근이 딱딱해지고, 엉덩이가 아파와 주저앉았지만 꾸준히 조금씩 조금씩 걸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더 이상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는 느낌이어서 퇴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느 정도 나을 때까지는 통원치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과 한의원의 거리가 좀 있어서 매일 갈 순 없었고, 일주일에 두, 세 번 가면서 계속 운동을 했다.
퇴원 후 집 앞에 있는 놀이터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봤다. 엉덩이 통증이 심해서 주저앉고, 다시 걷고를 반복하다가 놀이터 의자에 누워서 햇볕을 쬐다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으론 이날 날씨가 화창하고, 기분 좋게 따뜻해서 그냥 밖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받았었다.
그다음 날 다시 놀이터에서 걸어보는데 여전히 통증이 있긴 했지만, 전날보단 조금 더 수월하게 걸어졌다. 이날도 걸었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통증이 있으면 무리하게 걷지 않으려고 했다.
일주일 가량 시간이 지나니 확실히 걸음수가 더 늘었다. 한 번에 2천 걸음을 걸은 것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으려고 계속 쪼개서 조금씩 조금씩 걸었다.
다음날은 전날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게 느껴졌다. 원래는 오전, 오후에만 나눠서 걸었었는데 이날부터는 조금씩이라도 저녁도 걸었다. 퇴원 후 첫 날을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때부턴 하루에 만 보 걷는 것을 목표로 삼아 꾸준히 걸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요추 전만 자세를 만드려고 노력했다.
5월 달이 되어서야 5천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이때 마음이 뛸 듯이 기뻤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심한 허리디스크를 앓고 나면 평범한 하루하루가 소중해진다.
매일매일 걸음수가 늘어나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혹시나 무리해서 다시 허리가 아프진 않을까란 생각에 최대한 평지를 조심해서 걸었다.
허리디스크가 나을 때 방사통은 사라지고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찢어졌던 섬 유태가 붙는 거라고 한다. 이때부터는 20~30분 정도 걸어도 크게 방사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디어 목표하던 만 걸음을 달성했다. 이날은 정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가족들한테도 연신 신기하다며 정말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부터는 좀 무리해서 걷지 않았나 싶다. 하루하루 무조건 만 걸음은 넘었고, 매일 만 오천보 가까이를 걸었다.
통증이 사라지니 더 걸으면 더 빨리 낫지 않을까란 생각에 걸을 수를 늘렸지만, 지금 돌아보면 저렇게 무리할 필욘 없었는데 싶다.
통증 없이 걸어지게 되니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고 싶어서 이날은 좀 무리해서 2만보까지 걸어보았다. 이때부터는 그냥 걸을 때는 통증이 없었지만 허리에 좋지 않은 자세를 하면 뜨끔뜨끔하긴 했다.
퇴원 후 계속 걸었고 5월 중순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좋아졌다. 통증이 사라지면서 굽었던 측만은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한 번 생긴 보상성 측만은 쉽게 그리고 바로 돌아오지는 않는 것 같다. 제 자리를 찾는 데는 통증이 사라지고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걸을 땐 통증이 없어도 오래 앉아 있으면 통증이 생기곤 했는데 6월 초부터는 앉았을 때 통증도 많이 사라져서 일도 다시 시작했다.
지금도 오롯이 한방 의학 때문에 허리가 치료됐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아예 소용이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지속적으로 침상 안정을 취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척추 전만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나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라고 하기엔 불편한 뻐근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 이제부터는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다음 화에 계속-
'허리디스크 > 허리디스크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리디스크 통증 자연치유 1년 후기 및 현재 상태와 운동법 (3) | 2022.03.21 |
---|---|
허리디스크 일기 [9] - 회복기~현재 상태 (0) | 2021.12.20 |
허리디스크 일기 [7] - 한의원 방문 (2) (0) | 2021.12.10 |
허리디스크 일기 [6] - 한의원 방문 (1) (1) | 2021.12.07 |
허리디스크는 마음도 병들게 한다 (0) | 2021.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