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 일기

허리디스크 일기 [6] - 한의원 방문 (1)

제라드 2021. 12. 7. 08:00

 보상성 측만 이라는 건 통증이 감소하면 틀어졌던 허리가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신경차단술을 받으면 통증이 감소하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굽었던 허리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차츰 운동을 하며 허리디스크를 자연 치유하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신경차단술은 나에게는 큰 도움은 되지 않았고, 신경차단술 실패로 희망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어머니께서 추천받은 유명한 한의원이 있으니 한 번 가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 "무슨 튀어나온 디스크를 침으로 고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의학에 대해 완전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있는 분야가 있고 없는 분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후자의 분야에 허리디스크는 포함되지 않았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여러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한의원을 안 가본 것도 아니었다.

 

 나는 불쾌했던 그날의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전국 체인으로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한 한방병원이었다. 이병원, 저병원을 전전하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방문했었다. 한의사는 먼저 MRI를 확인하더니 양방 병원들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일단 입원해서 약침, 봉침으로 통증을 감소시키고, 추나로 틀어진 허리를 바로 잡으면서, 지속적으로 물리치료를 하면 2주 정도 후 허리가 어느 정도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이 한방병원은 입원비, 치료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한방치료는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에 실비보험 신청도 안되는 것이 태반이다. 자연치유가 된다면야 돈이 대수겠냐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여항목으로만 치료해서 나을 순 없냐고 물어봤다. 한의사는 입은 웃고 있지만 상당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솔직히 이병원, 저병원 돌아다니면서 급여항목으로 치료받으시다가 안되니까 여기까지 오신 것 아닌가요? 비급여 항목으로 치료하면 비싸긴 하지만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거예요" 들으면서도 이게 말인가 똥인가 싶었다. 어쨌든 왔으니 한 번은 치료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증이 심할 땐 도수치료, 추나치료가 안 좋다고해서 별로 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위 사진과 같은 추나 베드에 올랐다. 처음 받아보는 것이기도 하고, 통증이 심할 때라 긴장도 많이 됐다. 그런데 긴장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빨리 끝났다. 내 체감상 2~3분 정도 쿵쿵쿵쿵하더니 끝났다고 내려오라고 했다. 머릿속으로는 내심 이렇게 해서 교정이 될까 싶었다. 그 이후 치료실로 가서 봉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하고 끝이 났다. 

 

출처: https://powerhealthchinook.ca/acupuncture-treat-lower-back-pain/

 

 

 결제를 하기 위해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엉덩이가 찌르듯이 아팠다. 침 맞은 자리가 원래 이렇게 아픈건가 의아했다. 결제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자꾸 엉덩이가 아파서 만져보다 깜짝 놀랐다. 왼쪽 엉덩이 쪽에 침이 2개 정도 안 빠져 있던 것이다. 어이가 없고, 화나가서 다시 올라가 간호사한테 얘기하니 깜짝 놀라고 당황해하며 침을 제거했다. 그냥 수고하라고 별만 안 하고 나왔지만 한의사의 태도, 간호사들의 프로 답진 못한 행동들로 기분이 확 상했었다. 그리고 몇 분 추나 하고, 침 맞은 걸로 8만 원을 결제했다. 이 한방병원은 다신 오지 말아야지 결심하며 돌아왔다.

 

 내가 한방병원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병원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이번편에 말하고자 하는 골자는 무분별한 비급여 치료, 시술이 판지는 양방병원과 마찬가지로 한방병원 역시 굳이 필요 하할까 싶은 치료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추천 받은 한의원은 장침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그곳은 이전 한방병원과는 차이가 컸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