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 일기

허리디스크 일기 [5] - 신경차단술

제라드 2021. 12. 3. 08:00


자연치유를 권했던 의사의 추천으로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했다. 보상성 측만이 심하고 극심한 허리디스크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던 2020년 12월부터 3개월가량 흐른 2021년 3월이었다. 척추전문병원에서 촬영한 X-RAY 사진과 MRI 영상을 본 의사는 혀를 내두르면서 상태가 굉장히 안 좋다고 했다.

그때는 허리디스크에 대한 제대로된 정보가 없었어서 도수치료에 대해 물어보니, 지금은 염증이 심하게 부어있는 상태라 괜히 자극을 주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전 허리디스크 일기 1편에서 언급했듯 디스크가 탈출해서 신경에 닿으면 그때부터 염증이 발생한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점점 더 부어서 신경을 누르고 허리, 엉덩이, 다리까지 뻗치는 좌골 신경통이 생긴다.)

 

2021.11.23 - [허리 디스크] - 허리디스크 일기 [1]

 


의사는 염증을 빼기 위해 신경차단술을 권했다. 신경차단술이란 위 사진과 같이 C-ARM 이란 방사선투시영장치를 사용하여 염증 부위에 염증 제거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허리에 부분 마취를 하고 긴 카테터를 꽂아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과 주위 조직에 국소마취제 (통증감소) 스테로이드 + 식염수 (염증 완화)를 주입한다. 통증 신호를 보내는 신경 전달 통로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고, 신경 주위의 염증을 개선하는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 글을 보면 약간 따끔한 정도고 마취 없이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총 치료시간은 10분에서 20분 정도인데 내가 느끼는 시간은 한 시간을 넘게 시술하는 것 같았다. 의사 말로는 염증이 자극되어 신경차단술을 받은 하루, 이틀은 통증이 더 클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시간이 계속 지나도 통증이 줄어들긴커녕 통증이 더 커졌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커 일주일에 한 번만 치료가 가능했고, 나는 4주 동안 총 4번의 치료를 받았지만 슬프게도 내 상태는 신경차단술로는 나아지지 않았다.

* 몸에 스테로이드를 많이 주입하면 골다공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이 병원에서 신경차단술을 진행하다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다른 병원으로 계속 옮겨가며 맞으면 그전 의사가 얼마의 스테로이드를 썼는지 현의사는 모르기 때문에 과도한 스테로이드를 주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신경차단술은 웬만하면 한 곳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좋다.

 

 


신경차단술도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아니다. 염증을 줄여 통증을 완화 시킬 뿐 튀어나온 디스크 자체를 들어가게 할 순 없다. 그래서 통증이 호전되면 조금씩 운동을 하며 찢어진 섬유태를 붙게 만들어야 한다. 위 사진과 같이 허리를 구부리면 디스크가 뒤로 더 밀려서 신경을 더 자극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을 줄인다고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하면 통증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반면 뒤로 젖히는 자세는 튀어나온 디스크를 다시 안쪽으로 밀어준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뒤트는 등 유연성 운동 같은 건 자제하고, 통증이 없는 범위 안에서 허리를 위로 젖히고 버티거나 허리를 펴고 평지를 자주 걸어주는 운동이 허리에 좋다. 단! 탈출이 심할 땐 뒤로 젖히는 자세가 되려 튀어나온 디스크를 눌러서 더 통증이 심해질 수도 있으니 반드시 통증이 없는 범위 안에서만 진행해야 한다.

신경차단술을 받고 급격하게 상태가 호전되는 사람들도 많다. (상태 호전이라는 말은 통증 감소를 뜻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은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통증이 없으면 척추 위생과 걷기 운동을 할 수 있고, 보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차단술을 통해서 허리디스크 통증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던 나는 실망감만 가득 안고 다시 침상 보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약물을 투입하는 방법에는 앞서 설명한 신경차단술이 있고, 신경성형술이 있다.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가장 큰 차이점은 정확성에 있다. 신경차단술은 환부 '주위'에 약을 분사하는 반면, 신경성형술은 척추의 꼬리뼈 부분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후 '정확하게' 통증 부위에 접근시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염증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신경차단술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병원마다 다르지만 몇만원에서 20만 원 정도), 신경성형술은 수백만 원까지 한다. 환부에 정확하게 약을 주입하여 통증을 드라마틱하게 잡아줄 수도 있겠지만, 신경성형술 역시 염증을 잡아줄 뿐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많은 돈을 써가면서 꼭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