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기

회사에서 몰타로 워크샵을 간다고? (왕좌의 게임 촬영지, 고조섬, 코미노섬)

제라드 2022. 2. 5. 00:00

유럽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자유자재로 유럽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저는 네덜란드에서 근무할 때 회사 동료들과 몰타로 워크숍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비록 3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기억을 잘 복기해서 공유해 보겠습니다.

 

몰타는 지중해에 위치한 제주도보다 5배 정도 작은 섬입니다. 위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주 바로 밑에 있어요. 기후는 쾌적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아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온난 습윤한 날씨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11월에 갔는데, 평균 기온이 25도 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몰타는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목적으로 어학연수를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언어: 영어, 몰타어
면적: 2만 2,000㏊ 세계 205위 (2019 국토교통부, FAO 기준)
인구: 44만 4,030명 세계 174위 (2022 통계청, UN, 대만 통계청 기준)
GDP: 146억 4,738만 달러 세계 115위 (2020 한국은행, The World Bank, 대만 통계청 기준)

 

네덜란드는 여름 몇 달을 제외하고는 날씨가 굉장히 우중충해요. 비도 많이 오고. 11월이면 정말 매일매일 비 오고 바람 부는 때인데, 당시 법인장이 네덜란드를 피해서 날씨 좋은 곳으로 워크숍을 가자고 해서 2박 3일로 몰타를 가게 되었습니다. 모로코, 이탈리아 등등 많은 후보군들이 있었지만. 결국 몰타로 정해졌어요. 참, 한국에선 생각도 못 할 일이죠. 워크숍으로 몰타라니 ㅎㅎ 새벽 일찍 모여서 7시 비행기로 몰타로 떠났습니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몰타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푸조 3008로 렌트를 했어요. 참, 몰타는 핸들 위치가 한국이랑 반대라서 유의하셔야 해요. 사실 운전해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요. (가끔 역주행했던 건 비밀) 그냥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도착해서 장보고 숙소에서 좀 쉬다 보니 오후 늦은 시간이었어요. 제가 잡은 숙소는 발레타 반대편이어서 차를 타고 가려면 빙 둘러가야 했어요. 그래서 그냥 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배를 이용하면 가로질러서 바로 발레타 쪽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저기 앞쪽에 보이는 게 발레타입니다. 발레타는 몰타의 수도로 마을 전체가 세계유산이라고 해요. 1565년 오스만튀르크 군과의 전쟁인 ‘그레이트 시즈(대 포위전)’의 경험으로 결코 함락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설계하여 1571년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발레타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외세의 침입이 잦았대요. 그렇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여 요새처럼 되어 있어요. 배에서 내려서 레스토랑이 즐비한 시내로 접어들기 전에 성벽을 넘어가야 했어요. 제가 몰타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도시 자체가 고대도시 같다는 거였어요. 이 시대의 건물이 아닌듯한 느낌이랄까.

 

성벽 위에서 반대편 몰타를 바라보면 이렇게 멋진 장관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짜 포겠지만, 저렇게 대포도 일렬로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해가 지면서 도시에 아름다운 노을이 비췄어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고대도시 같은 느낌인데 새빨간 노을이 내리니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참, 몰타는 실제로 왕좌의 게임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시즌1 1화에 스타크의 수장이 머리를 베어 죽는 그 도시가 몰타입니다.

 

성벽을 따라 올라왔더니 탁 트인 광장이 나왔어요. 광장이 높은 곳에 솟아 있다 보니 몰타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도시 자체가 낭만적이에요 :) 그래서 신혼여행으로도 많이 가나 봅니다.

 

 

바다 위에 솟아 있는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언덕이 많아요. 골목골목 언덕 곳곳에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즐비해 있어요. 아무래도 몰타도 바다도시이다 보니 싱싱한 갖가지 해산물들을 싼 값에 즐길 수 있습니다.

 

노을이 사라지니 오묘한 남색의 하늘이 나타났어요. 골목골목이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냥 엽서 같습니다.

 

저녁은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해산물 요리였습니다. 훨씬 더 많은 요리가 있었는데 사진이 없네요 ㅠ 첫째 날은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은 바로 고조 섬으로 이동했어요. 항구 바로 앞에 위치한 에어비앤비였는데 뷰가 진짜 미쳤어요. 방이 6개인 복층 구조였고, 수영장도 딸려 있었는데 금액이 25만 원 정도였습니다. 비수기라 더 저렴했겠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몰타는 크게 몰타, 코미노 섬, 고조 섬으로 나눌 수 있는데 몰타 자체도 작지만, 나머지 섬들은 더 작아요. 그래도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합니다. 몰타에서 고조 섬에 들어갈 때 숙박을 하실 예정이라면 배에 차를 실어서 가지고 들어가야 해요. 몰타는 전체적으로 도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대중교통도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렌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고조 섬 역시 몰타 본토와 마찬가지로 건축물들이 상당이 오래되어 보여요. 괜히 왕좌의 게임을 몰타에서 촬영한 게 아닌가 봅니다.

 

고조 섬에선 말을 타고 도시 한 바퀴를 도는 투어를 했어요. 사람들 사이로 오래된 건축물들을 지나고 있자니 정말 왕좌의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도로가 굉장히 좁은데 마부는 익숙한 듯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어요. 그리고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한 번 해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고조 섬 시내에서 실컷 놀다가 말 타는 것에 대한 여운이 남아서 따로 말 농장에 찾아가서 말타기 체험을 했어요. 승마할 때 쓰는 큰 말들을 탈 수도 있었지만, 제가 겁이 많아서 저는 조랑말을 골라서 탔습니다. 말이 순해서 제가 조종하는 데로 잘 움직여 줬어요.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말을 타는 경험은 살면서 많이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닌 것 같아요.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말 타고 숙소로 돌아오니 깜깜한 밤이 됐습니다. 숙소 건너편에 큰 성당이 보였는데 저녁에 사진을 찍었더니 꼭 드라큘라가 사는 성처럼 보였습니다. 달도 밝게 떠있고 뭔가 몽환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아침에 바라볼 땐 완전히 다른 느낌이죠 ㅋㅋ 이른 아침에 저 성당까지 산책 겸 걸어가 봤었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인적이 없었습니다. 굉장히 멀리 보이지만 10분?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돼요.

 

마지막 날에는 요트투어를 했습니다. 완전 점심까지 차려주는 6시간짜리 풀코스 요트투어인데 4명이서 900유로 (120만 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진짜 회사 돈이니까 이렇게 쓰는 거지 제 돈 내고는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ㅋㅋ

 

 

 

어제 고조로 타고 들어온 배가 보이네요. 작아 보이지만 굉장히 큰 배입니다.

 

요트투어는 고조 섬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몰타와 고조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몰타는 코미노 섬에 있는 블루라군으로 유명한데 근처에 배를 정박하고 수영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선장이자 도슨트는 영국에서 온 사람이었어요. 이제 몰타에서 지낸 지 3년 정도 됐다고 했었는데, 여행 왔다가 좋은 기억이 많아서 그냥 몰타에서 살게 됐다고 해요. 영국 생활에서 느끼던 스트레스가 없어서 하루하루 행복했다고 말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몰타는 코미노 섬에 있는 블루라군으로 유명해요. 근처에 배를 정박하고 수영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날씨가 좀 흐려서 21도 정도 됐는데 물이 상당히 차가웠어요. 재밌긴 했는데 정말 덜덜 떨면서 수영했습니다. 해가 나면 수영하기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해가 없어서 추웠던 것 같아요ㅠ 근데 물이 진짜 말도 안 되게 깨끗합니다. 수경 끼고 그냥 둥둥 떠있기만 해도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널려있어요. 그래서 몰타가 스킨스쿠버 스폿으로도 유명한가 봐요.

 

 

한창 놀다가 허기지면 선장이 맛있는 점심을 풀코스로 차려줍니다. 제대로 사진 찍은 게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샐러드 밖에 찍은 사진이 없네요. 메인 요리는 황새치 스테이크입니다. 코가 길고 뾰쪽한 물고기 한 번쯤 본 적 있으시죠? 저는 황새치 자체를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부드러운 소고기 맛이었어요. 동료들이랑 계속 맛있다고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진짜 몰타 가면 꼭! 꼭! 드셔 보세요. 참고로 영어로는 Swardfish입니다.

 

계속 섬을 도는데 좋긴 한데 솔직히 좀 지루하기도 했어요. 딱 3시간까지가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았으면 수영을 더 오래 했을 텐데 너무 추워서 오래 수영을 할 수도 없었어요 ㅠ 

 

혹시 나중에 길게 이탈리아 여행을 가신다면 몰타도 끼워 넣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솔직히 가보기 전까지 잘 몰랐던 곳이지만 도시 자체도 예쁘고, 평화롭고, 해산물 좋아하시면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요.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도 많아서 적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스쿠버를 좋아하신다면 꼭 가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