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과 출장을 포함하여 대략 40개국 140개 도시를 돌아다녔습니다. 그중 가장 좋았던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크로아티아를 뽑을 거예요. 제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여행지이다 보니, 여행 간다는 모든 지인들에게 넌지시 '크로아티아는 어때?' 어때라고 묻기도 합니다. 제가 느꼈던 그 기분을 공유하고 싶어서인지,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다는 걸 알면서 자꾸 묻게 되네요.
크로아티아는 기승전결이 있는 여행지예요. 아마 자그레브부터 두브로브니크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던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아실 거예요. 그래서 크로아티 아닌 도시 별로 나눠서 몇 편을 써볼까 합니다.
크로아티아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남미의 칠레처럼 길쭉한 국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사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하지만,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가 근대까지 전쟁을 치렀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크로아티아에서 두브로브니크로 넘어가는 일부 땅이 보스니아령입니다. 그 잠깐을 넘어갈 때 여권 검사를 하는 신기한 곳이기도 합니다.
언어: 크로아티아어
면적: 880만 7,300㏊ 세계 114위 (2019 국토교통부, FAO 기준)
인구: 405만 9,285명 세계 129위(2022 통계청, UN, 대만 통계청 기준)
GDP: 559억 6,658만 달러 세계 74위
여행은 2019년 7월 중순경 다녀왔습니다. 유럽은 한창 날씨가 좋을 때죠. 친구들 2명과 함께였습니다. 저는 네덜란드에 살 때라 네덜란드에서 바로 자그레브로 넘어갔고, 다른 친구들은 한국에서 네덜란드를 거쳐 같이 자그레브로 들어갔습니다.
총 여행 기간은 9일이었습니다. 차량을 렌트해서 위 경로로 이동했어요.
*여행 경로
자그레브-플리트비체-자다르-프리모슈텐-스플리트-흐바르-두브로부니크-자그레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크로아티아는 자그레브로 내려갈수록 + 바다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 셋 다 바다와 수영을 좋아하고, 식성도 까다롭지 않고, 듣는 노래 스타일까지 비슷해서 더 즐거운 여행이 됐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렌트는 SIXT 진행했어요. 원래는 소형 SUV로 예약했었는데, 여행기간 자체가 짧지 않고 다들 짐이 많아서 추가로 돈을 내고 더 큰 SUV로 렌트했습니다. 나중엔 다들 큰 차량 하길 잘했다고 했었죠. 밖에서 주로 외식을 하긴 했지만,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아침, 저녁으로 종종 해 먹다 보니 식재료가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ㅎㅎ
일단 공항에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자그레브는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냥 여행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엄청 신기하고 특이하진 않았거든요. 그땐 이미 유럽에 몇 년 살고 있을 때라서 그런 것 같아요. 짐을 풀고 자그레브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성마르크 성당으로 향했어요. 이때 저희한테 닥칠 비극은 알지 못한 채로요.
성마르크 성당은 13세기 로마 네크 양식으로 지어진 뒤 14세기 후반 고딕 양식과 아치형 천장과 성소가 추가되었대요. 19세기, 재건될 때 정면부 로마 네크 양식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고딕 양식으로 재건되어 오늘날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성마르크 성당은 꼭 레고에 나오는 블록 같아요. 지붕도 타일 같은 걸로 되어 있는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이었습니다. 성당 자체는 크진 않은데 크로아티아 젊은 남녀들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많이 한다고 해요.
저는 사진을 진~~ 짜 안 찍는 편인데, 유명한 여행지라고 하니까 전체 샷으로 한 번 찍어봤어요 ㅋㅋ
성마르크 성당의 문 위에는 예수 성모 마리아, 성 마르코 그리고 12 사도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체코 출신의 조각가가 조각한 것이라는데 옷의 질감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게 정말 신기했어요. 저는 유럽 내에 엄청 디테일한 조각들을 볼 때마다 감탄해요.
저희가 간 날도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어요. 친구들도 잔뜩 모여서 축하해주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관광지라 그런지 여행객도 많고, 결혼식 때문인지 더 북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웨딩카인데 저는 처음에 보고 크로아티아 경찰차인 줄 알았어요 ㅋㅋ 애국심이 대단한 것 같아요.
크로아티아는 한국 식품점이 많이 없어요. 제가 알기론 자그레브에 있고, 완전 끝인 두브로브니크에만 있다고 들었거든요. 저희는 요리도 많이 해먹을 생각이어서 자그레브에 위치한 한국식품점으로 갔어요. 성마르크 성당에서 도보로 15분 정도라 천천히 구경하며 갔습니다.
자그레브 한인마트에 도착했어요. 규모가 크지 않아서 제품 자체는 많지 않아요. 카레, 고추장, 햇반, 김치 등등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을 대량으로 구매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어?! 가방이 왜 열려있지 하는 거예요. 저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네가 안 닫았겠지 했는데, 핸드폰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보조배터리에 끼워서 충전 중이었는데 보조배터리는 빼고 핸드폰만 가져갔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자그레브 성마르크 성당 주변은 소매치기의 소굴이래요. 다들 유럽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그냥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그 폰이 출시되지 않은 테스트 폰이어서 유출된다면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폰이었습니다. 친구는 S사에 다녔는데 테스트해보겠다고 그걸 여행지에 가져왔더라고요. 다행히도 친구는 정~말 긍정적인 아이라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 지금은 크로아티아 얘기하면 빠지지 않는 단골 스토리아 되었죠 ㅎㅎ 아무튼 이때는 멘붕이어서 경찰서 갈 생각을 못 했는데, 자다르로 이동해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결국 찾진 못했지만요...
다른 도시는 좀 덜한 것 같은데 자그레브에선 꼭!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왔고, 첫날은 한인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로 삼겹살, 김치찌개와 함께 와인을 곁들여 먹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 여행지치곤 엄청 비싼 물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싼 물가는 또 아닌데, 저희는 집에서 자주 해 먹어서 그래도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여행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크로아티아 - 자다르 편 (1) | 2022.01.25 |
---|---|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크로아티아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편 (0) | 2022.01.24 |
아이슬란드 오로라 캐치 여행 - 레이캬비크, 굴포스, 스코가포스, 디르홀라이, 요쿨살론 - 왕좌의 게임 촬영지 (0) | 2022.01.15 |
괴산 화양 숲노리 캠핑장 (0) | 2021.12.16 |
네 번 만에 성공한 계룡산 등반기 (0) | 2021.11.24 |